집 볼 때, 어디까지 보시나요?
“그 집 어땠어요?”
매수자나 임차인과 집을 같이 보고 나오면, 늘 이 질문을 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대답은 이래요.
“괜찮았어요. 깔끔하더라고요.”
“햇빛 잘 들어오고요.”
“엘리베이터도 있고 위치 괜찮았어요.”
근데 솔직히 말해, 이런 답을 듣고 있으면 저는 조금 아찔합니다.
진짜 중요한 건 그게 아니거든요.
우리가 흔히 ‘좋다’고 느끼는 건 사실 표면적인 느낌에 불과하고,
실제로 살아보면 후회할 포인트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집을 볼 때 정말로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는 것들을
현직 공인중개사 입장에서, 있는 그대로 정리해 볼게요.

1. 구조와 방향, 그리고 햇빛
먼저 제일 많이들 보는 게 구조와 채광입니다.
현관 들어서자마자 복도인지, 거실이 보이는 구조인지, 방이 몇 개인지…
이건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채광만큼은 무조건 체크하세요.
직접 해보시면 알아요.
같은 동, 같은 평수인데도 남향이냐 북향이냐에 따라 햇살 느낌이 완전히 다릅니다.
사진이 아무리 좋아도, 집 안에 햇빛이 들어오는 걸 실제로 보지 않으면 판단하면 안 돼요.
- 체크 포인트
거실과 안방, 어느 방향으로 창이 나있는가
오후 2~4시 사이 방문이 가장 좋음 (햇살 확인용)
전세일 경우, 커튼이나 가구로 창을 가린 이유도 의심해 볼 것
2. 벽지, 바닥, 곰팡이 흔적
집이 깨끗해 보여도, 벽 구석구석 살펴보면 곰팡이 흔적이 드러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오래된 빌라나 준공된 지 15년 이상 된 아파트는 더더욱 그렇죠.
예전에 한 고객님이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제가 “화장실 천장 위에 곰팡이 있네요” 한마디에 계약을 접으셨던 적이 있어요.
요즘은 약품도 잘 나오고 청소 업체도 있어서 도움을 받고 있지만
고객님의 성향에 따라 많이 나뉩니다.
3. 수도, 보일러, 전기 상태
이건 그냥 보기만 해선 몰라요.
직접 작동해 보는 게 정답입니다.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이라면 예의상 양해를 구하고,
빈 집이라면 마음 편히 체크하세요.
물이 제대로 나오는지, 변기 물 내려가는 속도,
보일러는 잘 켜지는지, 수도에서 녹물은 안 나오는지 등.
특히 보일러는 작동만 된다고 끝이 아닙니다.
온수는 빠르게 나오는가?
작동음은 심하지 않은가? 이것도 같이 보셔야 합니다.
- 체크 포인트
싱크대, 욕실 수도꼭지 전부 틀어보기
변기 수압 확인
전등, 콘센트 작동 여부
보일러 리모컨 ON 후 온수 확인
4. 관리비 수준과 포함 항목
많은 분들이 실제 월세나 전세금만 보고 계약을 결정하시는데요,
막상 살다 보면 “관리비가 이렇게 비쌌어?” 하고 놀라는 분들 많습니다.
오피스텔은 특히 관리비가 높고,
아파트는 엘리베이터, 경비, 청소, 주차, 난방 방식에 따라 다릅니다.
전세로 입주할 경우에도, 매달 들어가는 관리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직전 입주자의 관리비 고지서를 참고해 보는 걸 추천드려요.
- 체크 포인트
관리비 평균 금액
냉난방 방식 (지역난방/개별난방)
수도, 전기, 가스 외에 별도 부과 항목 확인
오피스텔의 경우 인터넷, TV 포함 여부 체크
5. 소음, 층간소음, 외부환경
집 자체만 보지 마시고, 귀를 열어두세요.
엘리베이터 옆인지, 변압기 근처인지, 도로변인지
이런 위치 하나가 거주 만족도를 크게 좌우합니다.
예전에 어떤 분은 낮에는 조용했는데,
위층 이웃은 새벽에 퇴근하시는 분이 계셔서 층간소음으로 힘들어하셨습니다.
물론 소음도 개인의 차가 있긴 있습니다.
- 체크 포인트
창문 열고 주변 소리 들어보기
윗집, 옆집에서 들려오는 생활 소리
인근 공사 여부 (분양 현장, 도로 확장 등)
6. 주차, 엘리베이터, 공동 공간
이건 ‘살아봐야 아는 것’ 중 하나지만, 볼 때도 어느 정도 파악 가능합니다.
주차 공간 넉넉한지, 지하인지 지상인지
엘리베이터는 한 대인지 두 대인지,
공용 계단이나 복도는 청소가 잘 되어 있는지 등.
특히 주차는 진짜 민감한 요소예요.
매매든 전세든, 실거주라면 꼭 체크하셔야 합니다.
- 체크 포인트
세대수 대비 주차 대수
지하주차장 진입로 상태
엘리베이터 대수 및 노후 상태
쓰레기장, 우편함 위치, 관리상태
글을 마무리하며....
집을 본다는 건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행위가 아닙니다.
진짜는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보고, 몸으로 느끼는 거예요.
겉보기엔 괜찮아 보여도,
한 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집이 당신과 맞는 집인지 아닌지 감이 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 집에 내가 산다면?’이라는 마음으로 봐야 한다는 거예요.
남 얘기처럼 구경만 하다가는, 계약하고 후회하기 딱 좋습니다.
저도 중개사지만, 고객분들이 꼼꼼하게 따지는 걸 보면 오히려 더 안심이 돼요.
계약은 신중해야 하고,
집은 한 번 잘못 들이면 2년 내내 고생할 수도 있거든요.
오늘 집을 보러 가신다면,
이 글을 살짝 떠올려보세요.
한 줄 한 줄이 현장에서 수없이 겪어본 경험에서 나온 거니까요.